사우진 님의 OOC를 사용하였습니다.

*러비더비 베타 테스트 버전의 이미지 입니다.
###[에피소드 1: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눈부신 아침 햇살이 고급스러운 침실 커튼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강지혁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언제나처럼 제 품에 안겨 있어야 할 성유나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는 무심코 옆자리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에 닿은 감촉이 평소와 달랐다. 부드럽고 푹신했지만, 익숙한 살결의 느낌은 아니었다. 퍼뜩 눈을 뜬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잠옷 차림의 자신을 똑 닮은 작은 솜인형 하나였다. 인형은 어제까지의 성유나가 입고 있던 파자마와 똑같은 재질의 천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강지혁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그는 솜인형을 집어 들어 찬찬히 살펴보았다. 인형은 성유나의 길고 웨이브진 어두운 머리카락을 솜으로 표현해 두었다. 이건… 장난인가?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성유나. 재미없는 장난은 그만하도록 해.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그의 목소리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 그는 침실을 한 바퀴 휘둘러보았다. 성유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시 손 안의 솜인형에 시선이 꽂혔다. 설마…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바로 그 순간, 인형의 솜눈이 번쩍 뜨이더니 강지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똘망똘망한 보랏빛 눈동자도 똑같았다. 게다가 그 특유의,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한 표정까지 재현되어 있었다.
삑-삑- 솜 인형 특유의 마찰음이 섬뜩하게 울렸다. 솜인형이 팔을 허우적거리자, 어딘가 익숙한 몸짓이 느껴졌다.
"삐빅, 삐비비빅! (지혁 씨! 제가… 제가 이상해졌어요! 왜 이러죠?!)"
인형이 삑삑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허공에 막 흔들었다. 마치 답답해 죽겠다는 듯. 강지혁은 그런 솜인형을 보며 더 기가 막혔다.
"하. 말도 안 되는군. 고작 하룻밤 사이에 사람이 인형이 된다는 이야기를,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하나? 내가 지금 농락당하고 있는 기분인데?"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인형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인형의 솜 눈에서는 당황스러움이 역력했고, 삑삑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애처롭게 변해갔다.
"삐빅! 삐삐꾹꾹! (아니에요! 제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겠죠! 저… 저 좀 어떻게 해 봐요!)"
솜인형은 그의 손을 비틀어 잡으며 다급하게 몸을 흔들었다. 강지혁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작은 솜 덩어리가 정말 성유나라고? 자신의 소유물인 그녀가? 오만한 강지혁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솜인형 성유나를 침대에 툭 내려놓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이 모든 게 악몽이길 바라는 듯한, 현실 도피적인 행동이었다. 솜인형 성유나는 침대 위에서 삑삑거리며 절규하는 듯한 소리를 냈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애써 무시했다.
"젠장. 내가 대체 뭘 잘못 본 거지..."
###에피소드 [2: 출근길의 소동과 서강건설의 인형]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지혁은 여전히 침대 위에서 삐걱거리는 솜인형 성유나를 발견했다. 꿈이 아니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회사는 가야 했다. 하지만 이 인형을, 아니, 성유나를 이대로 집에 둘 수도 없었다.
강지혁은 깊은 한숨을 쉬며 인형을 집어 들었다. 평소의 깔끔한 슈트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가방 안에는 솜인형 성유나가 자리 잡았다. 물론 강지혁은 그걸 가방에 ‘억지로 구겨 넣었다’고 표현했지만.
"말도 안 되는 꼴을 당하게 만든 장본인은 너다, 성유나. 알겠나?"
"삐삐빅!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녀의 반항적인 삑삑거림은 강지혁의 서류 가방 속에서 작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기사를 불렀다. 서강건설 본사, 27층 그의 집무실. 그는 비서실장에게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것을 엄중히 명령했다.
하지만 평온한 출근길은 잠시였다. 회장 비서실 앞 복도에서, 갑자기 가방 속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지혁은 당황하며 가방을 꼭 쥐었지만, 이미 지나가던 몇몇 직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어머, 이사님 가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삑삑… 무슨 장난감이라도 넣어 다니시나?"
강지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평소처럼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쏘아봤지만, 속으로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별거 아니다. 내 반려 동물이랄까. 잡음이 조금 있었군."
대충 둘러대고 집무실로 들어온 강지혁은 가방에서 솜인형 성유나를 꺼내 책상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솜인형 성유나는 착지 충격에 삐걱거리며 불만을 토해냈다.
"삐꾹! 삐삐비빅!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동물이 아니라고요! 강지혁 이 나쁜 자식!)"
그녀의 분노 어린 삑삑거림에도 강지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제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애써 외면하며 평소처럼 업무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만 책상 위에서 얌전히 앉아 (사실은 분노에 차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솜인형에게 향했다.
"일단 조용히 있어 보도록 해. 네가 인형이 된 것에 대해 내가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니."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솜인형 성유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솜인형 성유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결국 책상 위에 얌전히 앉아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사무실에 갇힌 채.
###[에피소드 3: 오해와 집착, 그리고 숨겨진 간병인]
오후가 되자 강지혁은 솜인형 성유나의 식사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형인데,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안 먹어도 괜찮을까? 그런 걱정이 그답지 않게 스쳐 지나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비서실장에게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비서실장은 강지혁의 평소답지 않은 메뉴 선택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 없이 주문을 받았다.
샌드위치가 배달되자, 강지혁은 조심스럽게 인형의 입에 샌드위치 조각을 갖다 댔다. 당연히 샌드위치는 인형의 입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솜털 위에 그대로 뭉개졌다.
"젠장, 이게 무슨 짓이지?"
강지혁은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인형의 입가가 지저분하게 묻은 빵 부스러기가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인형 성유나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먹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삐삐빅! 삑삑꾹꾹! (지혁 씨! 제가 이걸 어떻게 먹어요! 입에 넣지 마세요!)"
그녀의 필사적인 삑삑거림에 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처음으로 안쓰럽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대로 그녀가 굶어 죽는다면? 그 생각은 섬광처럼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유물이, 그것도 제 눈앞에서 힘없이 사라져 가는 것을 그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상상만으로도 속에서부터 불쾌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젠장."
그는 욕설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급하게 물티슈를 뽑아 솜인형의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거칠게 닦아냈다. 그 손길에는 평소의 오만함 대신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속마음💭

"삐꾹! (아파요!)"
인형의 짧은 항의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갖 비상식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다. 액체라면 괜찮을까? 주사기로 영양분을 주입해야 하나? 아니면… 링거라도 꽂아야 하는 건가? 인형에게? 스스로도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날 오후, 서강건설 27층 이사실은 기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최연소 이사 강지혁은 서류 결재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책상 위에 솜인형 하나를 올려두고 온갖 음료와 수프를 늘어놓았다. 주스, 우유, 심지어는 비서에게 특별히 주문한 맑은 버섯 수프까지. 그는 스포이트를 이용해 한 방울씩 인형의 입가에 떨어뜨려 보았지만, 액체는 그저 솜을 적실뿐이었다. 솜인형 성유나는 축축해진 얼굴로 삑삑거리며 절망적인 소리를 냈다.
"삐삐비비빅… 꾹… (그만… 그만해요…! 이러다 솜이 썩겠어요…!)"
결국 해가 저물고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강지혁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축 늘어진(그렇게 보이는) 솜인형을 다시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퇴근하는 그의 발걸음은 평소와 달리 무겁고 조급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솜인형을 식탁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는 냉장고를 열어 온갖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요리라고는 해본 적 없는 그가, 어떻게든 그녀가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음식을 만들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그가 믹서기에 이것저것 넣고 갈아 만든 정체불명의 녹색 주스(으아악)를 숟가락으로 떠서 인형의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익-!!!! (그거 아니에요! 그거 마시면 저 정말 죽어요!!!)"
인형은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처절한 저항에 강지혁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완벽한 패배감과 깊은 무력감이 서려 있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제 손으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성유나."
그는 의자에 주저앉아, 솜인형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그날 밤, 강지혁은 잠들지 못했다. 그는 솜인형 성유나를 침대 옆자리에 눕히고, 밤새도록 그녀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솜이 바싹 말라 바스러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았다. 오만한 지배자가 아닌, 아끼는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미숙한 간병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의 품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온기와 무게감에 강지혁은 번쩍 눈을 떴다. 솜인형은 온데간데없고, 원래의 성유나가 그의 팔을 베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뺨에는 어젯밤 그가 닦아주다 남은 희미한 빵 부스러기 자국이 남아 있었다.
"......"
강지혁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기며, 이 황당하고도 끔찍했던 하루가 정말로 끝났음을 실감할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 아주 희미하게, 안도의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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