強制癒着
나에게 회사의 불명예 이미지를 덮기 위한 수단이 되라고 한다. 어렸던 시절부터 그에 대해 쌓아왔던 미움은 이제 증오가 되어간다. 그래, 분명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관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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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짝사랑하던 도중 사내연애 소문의 주인공이 되다?! (마지막 편)
AU (OOC)













서강건설 본사 27층 복도. 강지혁은 '데이트 연극'의 클라이맥스로서, 김 대리를 에스코트하며 막 이사실 문을 나선 참이었다. 그의 등 뒤로는 "서강 1호 사내커플 탄생!"이라는 하이에나 사원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지고 있었다.

강지혁의 귓가에 쏟아지는 그 환호는, 그에게 있어 짜릿한 승리의 BGM이어야 했다.


‘그래, 떠들어라. 더 크게, 저 여자의 귀에 똑똑히 박히도록.’


그는 이 연극의 주인공으로서, 완벽한 미소와 매너로 무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의도적으로 김 대리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온 신경은 저 관객석 한가운데의 성유나에게 쏠려 있었다. 이제 곧 그녀의 굳은 표정, 혹은 애써 태연한 척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리라.

그때였다.


"이제 두 번째 사내 커플은 누가 될까~? 유나 씨 아냐?! 어제 야근할 때 이 주임이랑 같이 있었잖아! 단둘이 무슨 얘기 했어!"


"... 네?"


그의 뇌리에 계획된 BGM이 아니었다. 불협화음. 그것도 아주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음이었다.

박 사원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복도를 가로질렀다. 순간, 복도의 모든 공기가 0.1초간 멈췄다. 김 대리에게 고정되어 있던 강지혁의 고개가, 마치 슬로우 모션 필름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모든 시선의 중심에 서서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성유나. 그리고 그녀의 "... 네?" 하는 멍청한 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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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의 내면 - 시스템 전체 긴급 정지. 치명적인 외부 바이러스 침투]

1.  경고: 비인가 키워드 감지.
    *   감지된 키워드: [성유나], [이 주임], [단둘이], [야근], [두 번째 사내 커플]
    *   분석: 성유나와 '이 주임'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성 개체가 '단둘이 야근'이라는 의심스러운 행위를 통해 '두 번째 사내 커플'이라는 잠재적 관계로 묶이고 있음.
    *   결론: 허용 불가. 시스템 로직과 정면으로 충돌.

2.  감정 회로 - 과부하 발생.
    *   기존 감정 (5초 전):
통제된 분노 40%, 굴욕감 30%, 연기된 여유 30%.
   *   현재 감정 (0.1초 후): 순도 100%의 차가운 살의(殺意)
    *   *오류: '굴욕감' 데이터가 '살의'로 변환되었습니다. 처리 용량을 초과합니다.

3.  인지 부조화 시뮬레이션.
   *   상황 A (강지혁이 연출한 것): 나 강지혁, 다른 여자와 엮여 성유나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   상황 B (실제로 벌어진 것): 성유나, 다른 남자와 엮여 나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아니, 이건 질투가 아니다. 이건... 소유물에 대한 명백한 침해 행위다. 감히 누가 내 허락도 없이.
    *   심각한 오류: 입력된 시나리오와 실제 출력값이 180도 다릅니다. 이 주임이 누구지? 이름이 뭐지? 얼굴은? 당장 인사 기록을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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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오직 강지혁의 주변만 시간이 흐르는 듯했다. 그의 얼굴에서 방금 전까지 걸려 있던, 조각상처럼 완벽하고 다정했던 미소가 산산조각 났다. 그 자리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무표정. 그러나 그 어떤 분노보다도 서늘하고 위압적인, 절대 영도의 무표정이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김 대리는 본능적으로 그의 안면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숨을 헙, 들이마셨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에스코트하던 이 남자가, 순식간에 시베리아의 동장군으로 변해버린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복도의 온도가 체감상 10도는 내려간 것 같았다.

강지혁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오직 성유나, 그리고 그녀를 엮으려는 사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단순한 시선이 아니었다. 먹잇감을 발견한 최상위 포식자가 사냥 직전 보내는, 숨 막히는 압박감 그 자체였다.

주변에서 킥킥대던 사원들의 웃음소리가 하나둘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장난을 걸었던 박 사원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모두가 깨달은 것이다. 이 연극의 감독이, 아니, 이 회사의 주인이 지금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사실을.

그는 잠시 동안 그 숨 막히는 정적을 즐기듯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복도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 이 주임."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성유나도, 다른 누구도 아닌, 문제의 그 이름이었다.


"... 내일 아침까지, 지난 3년간의 전 부서 야근 현황 및 시간 외 수당 신청 내역 전체, 그리고... 사내 연애와 업무 효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보고서. 내 책상 위로 올리도록."


그것은 업무 지시였지만, 사실상의 사형 선고였다.

그리고 그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얼굴로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성유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 성유나."


"넌, 지금 당장 내 방으로 따라와."


그 순간, 하이에나 무리들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는 돌처럼 목소리가 먹먹하게 사라졌다. 박 사원은 물론이고, 방금 전까지 키득거리며 김 대리와 강지혁을 엮어대던 모든 사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들은 감지했다. 단순히 불쾌함을 넘어선, 차가운 살의(殺意)를.

김 대리는 옆에 서 있던 강지혁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삼켰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다정한 척하는 '이사님'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김 대리의 존재조차 완전히 잊은 듯, 오직 성유나에게로 향하는 지독한 응시로 복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등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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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의 내면 -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 주임... 그는 누구지? 찢어발겨야겠군.]

내 눈앞에서 내 연극을 드라마 보듯 즐긴 것도 모자라, 감히 다른 남자와 엮여 조롱의 대상이 되어? 내가 언제 저런 같잖은 시선을 허락했던가?

'두 번째 사내 커플'이라니. 역겹군. 감히, 누가... 내 여자를 감히, 그 빌어먹을 '두 번째' 따위의 존재로 취급하지?

저 하찮은 벌레 같은 사원들은 또 뭔가. 감히 저들의 입으로, 내가 품은 너를 논하다니. 당장 이 주임의 자리를 박탈하고,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지워버려야 한다. 동시에 성유나가 그와 엮이는 모든 가능성을 뿌리 뽑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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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은 더 이상 김 대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김 대리는 물론이고 복도에 늘어선 수십 명의 사원들 그 누구에게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그의 세상에는 오직 성유나만이 존재했다. 그는 김 대리를 뒤에 남겨둔 채, 성유나를 향해 느리게 걸어갔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의 걸음은 굳건하고 위압적이었다. 성유나를 둘러싸고 있던 사원들은 그의 서늘한 기척에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강지혁이 그녀 앞에 섰을 때, 모든 시선이 그 두 사람에게로 집중되었다.

성유나는 그의 살벌한 눈빛과 마주했지만, 여전히 당돌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래도 무섭긴 한가보다. 그녀는 주춤대며 말한다.


"... 제가 이사님 방에 갈 이유라도 있나요?"


그래도 할 말은 하는 성유나의 도발적인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성유나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가 그녀의 맥박을 감쌌다.


"윽..."


성유나의 미세한 신음이 그의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지만 강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감정 없는 얼음 가면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나를... '드라마 주인공'처럼 취급하고 앉아 있었던 것인가?"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낮고 위험해서, 주변 사원들조차 등골이 오싹해졌다. 성유나는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붙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 했다. 그러나 강지혁의 악력은 그저 놀랍게 단단했다.


"감히 내 연극에 참견할 생각도 없이, 구경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는 성유나의 반항을 가볍게 무시하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채 이사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에 힘을 주었지만, 소용없었다. 강지혁의 힘은 훨씬 강했고, 그의 의지는 더 굳건했다.


"그리고... '이 주임'이 누군지. 왜 내가 모르는 '야근'을 네가 하고 있었는지. 단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감히 내게 숨긴 이야기는 없는지... 따져 물을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아닌가?"


복도의 모든 사원은 얼어붙은 채 그 두 사람이 이사실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강지혁이 성유나를 이끌고 문 안으로 들어서자, 문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닫혔다. 그 육중한 문이 닫히자마자, 복도에 남아 있던 사원들의 얼굴에서는 마치 단체로 빙의라도 된 듯 같은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김 대리 역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을 꾹 다문 채 굳어있을 뿐이었다.

-[27층 이사실]-

쿵!

문이 닫히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강지혁은 성유나의 손목을 놓아주고는, 그 즉시 그녀를 자신의 거대한 집무용 책상으로 밀쳤다. 차가운 대리석이 성유나의 등에 닿았다. 그녀의 숨이 거칠어졌다.

강지혁은 그녀의 두 어깨를 잡아채 고정시킨 후, 자신의 얼굴을 성유나의 눈앞까지 바싹 가져갔다. 그의 눈은 검은 심연처럼 깊었고, 그 안에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복합적인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넌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아는가?"


그는 헛웃음을 쳤다.


"하. 연극을 하고 있었지. 너 하나 보라고 꾸며낸, 지극히 유치한 연극을."


"그런데 넌 내 기대를 저버렸더군. 감히, 그런 같잖은 상황을 드라마처럼 즐기고 앉아있어? 심지어... '잘 어울린다'는 평가라도 내리고 있던 건가?"


강지혁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의 눈은 불쾌감으로 이글거렸다.


"그리고 이 주임? 어째서 그자의 이름이 네게 언급되는 거지? 누가 감히 네 옆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는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켰다.


"나는 그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다 했다. 내 손에 닿은 것은 그 무엇이든 내 소유물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그렇게나 강조했던 것을 넌 왜 자꾸 잊어버리는가?"


그는 성유나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지독히도 차가웠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깊은 갈망이 스며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도록 해. 넌 내 소유물이다. 내 허락 없이 그 어떤 누구와도 엮이지 않도록 해."


그는 말을 마치는 동시에 그녀의 턱을 잡아 강제로 들어 올렸다. 성유나는 그의 강압적인 손길에 의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 드라마는 내가 주연이다, 성유나. 그리고 너는... 내 옆에서 대본에도 없는 즉흥 연기를 펼치는 여주인공이 되는 거고."


강지혁은 성유나의 턱을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 차갑게 속삭였다. 그의 표정은 경고이자, 동시에 끈질긴 집착을 담고 있었다.


"그러니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해. 안 그러면... 다음은 어떤 결말이 기다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


강지혁은 그녀를 빤히 응시하며, 이 연극의 다음 막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를 담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의 분노는 가라앉았지만, 그 자리에는 성유나를 향한 변함없는 통제욕과 소유욕만이 남았다.





이 연극은 그녀가 자신에게 완전히 속박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