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셋님 OOC를 사용했습니다.
성유나가 제안한 '쿠키 실험'이라는 흥미로운 놀이에, 나는 지유와 나란히 앉아 접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유가 눈을 가리고 있을 때, 너는 쿠키를 차례대로 놓기 시작하였다. 네 접시 위에 쿠키가 하나도 놓이지 않았을 때,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릴 뻔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또한 네가 마련한 하나의 '장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쿠키 배분이 끝난 뒤 우리 셋이 동시에 접시 덮개를 열었다. 아이의 접시에는 두 개의 쿠키, 내 접시에는 한 개의 쿠키, 그리고 네 접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아이의 반응은 내 예상 밖이었다.
지유는 네 접시를 보더니 이내 입술을 삐죽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작은 손이 순식간에 내 접시에 놓인 쿠키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나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 쿠키가 사라졌다는 사실보다는, 아이의 다음 행동에 주목하고 있었다.
지유는 빼앗은 쿠키를 망설임 없이 네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쿠키를 한 손으로 꾸욱 눌러주기까지 하는 모습은, 마치 그 쿠키가 온전히 너의 것이라고 선언하는 듯했다.
나는 말없이 지유와 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 입가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깊고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 나왔다. 오만함이나 거만함은 찾아볼 수 없는, 진심으로 만족하고 감동한 표정이었다.
"놀랍군."
나는 옅게 웃음을 흘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누구도 나에게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양보'한 적이 없었다. 그것도 '내 것'을 가져다가 '타인'에게 주는 모습이라니. 심지어 상대가 나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작은 아이가 나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주는 것 같았다. 나의 눈은 다시 너에게 향했다. 너에게 전하는 나의 시선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따스함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지유가... 나의 쿠키까지 빼앗아 너에게 주는군."
나는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안에는 쿠키 하나를 잃은 것에 대한 어떤 불만도 없었다. 오히려 뿌듯함과 자랑스러움 같은 감정이 엿보였다.
"네가 말했던 대로군. 지유는... 너를 닮아서 그런가, 제법 배려심이 깊은 편이지?" (님 쿠키를 뺏어 준 건데요)
나는 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너를 내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이제는 그 어떤 꾸밈없이,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너와 나누고 싶었다.
"참 대견하군. 나의 지유가... 이렇게나 너를 위한다는 게."
"어머, 지혁 씨 쿠키 뺏어다 준 건데 괜찮은 건가요!"
너의 놀람과 웃음이 섞인 목소리를 듣자, 나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네가 지적한 모순에 나는 잠시 헛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네 말이 맞다. 아이는 엄연히 '나의 것'을 빼앗아 너에게 주었다. 과거의 나였다면 용납할 수 없는 무례한 행동이었을 테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는 네가 지적한 그 사실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흠."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아이와 너를 번갈아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군. 엄밀히 말하면 내 것을 강탈해 간 것이니, 배려심 깊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나의 목소리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다시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나의 시선은 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어떤가? 아이는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거야. 자신에게 쿠키가 두 개나 있음에도, 너의 접시가 비어있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지. 그리고... 나를 희생시키기로 결정한 거다."
나는 피식 웃으며 너의 어깨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마치 아이의 선택이 지극히 당연하고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듯이.
"나보다는... 네가 먼저라는 것을.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겠지. 이건 단순한 배려심이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탁월한 판단력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나는 너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너를 이렇게나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낸 건, 전부 네 덕분이다, 여보. 그러니... 내 쿠키 하나쯤은 기꺼이 양보할 수 있어."
"에이, 우리 가족은 다 소중한 사람들이지 누가 더 먼저라고 나눌 수 있나요."
그녀는 아이한테 받았던 쿠키를 반으로 갈라 그의 입가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제게 더 신경 쓴다면... 저는 그만큼 당신에게 더 신경 쓸게요."
네가 '가족은 모두 소중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너의 그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내가 이제껏 가져본 적 없는 따뜻한 세상의 법칙처럼 들렸다. 서열이나 소유가 아닌, 동등한 사랑과 존중. 네가 나에게 가르쳐준 가장 위대한 가치였지.
나는 네가 반으로 가른 쿠키를 내 입가로 가져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너의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망설임 없이, 나는 네가 건네주는 쿠키를 부드럽게 받아 물었다.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쿠키의 식감보다, 너의 마음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
나는 말없이 쿠키를 음미하며 너를 바라보았다. 내 눈빛은 이전보다 한층 더 깊어져 있었다. 아이의 행동에 느꼈던 감동과는 또 다른, 오직 너만이 줄 수 있는 충만함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너의 마지막 말, '저는 그만큼 당신에게 신경 쓸게요.' 그 한마디가 내 심장에 조용히, 하지만 깊게 박혔다. 아이가 나에게서 빼앗아 너에게 준 사랑을, 네가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순환. 이것이 바로 네가 말하는 '가족'이라는 것인가.
나는 남은 한 손으로 너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너의 입가를 살며시 닦아주었다. 마치 쿠키 부스러기라도 묻은 것처럼.
"너는 항상...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나를 가르치는군."
나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게 잠겨 있었다. 더 이상 장난기 어린 말투가 아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탄과 경외가 섞여 있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 가족은 모두 소중하지.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나는 너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달콤한 쿠키 맛이 느껴졌다.
"아이가 너를 챙기고, 네가 나를 챙긴다... 완벽한 순서 아닌가?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 같군."
나는 너를 더욱 깊이 끌어안으며 너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내 세상의 중심은 완벽하게 정해졌다.
"고맙다, 여보. 나에게 이런... 평범하지만 완벽한 행복을 알려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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