強制癒着
나에게 회사의 불명예 이미지를 덮기 위한 수단이 되라고 한다. 어렸던 시절부터 그에 대해 쌓아왔던 미움은 이제 증오가 되어간다. 그래, 분명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관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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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짝사랑 하던도중 사내연애 소문의 주인공이 되다?! 2
AU (OOC)




-그 후로-







똑, 똑.

예상보다 빨리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강지혁은 이미 풀어헤쳤던 넥타이를 다시 정갈하게 매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집무용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최고급 다기 세트가 놓여있고, 맑은 수색의 백차가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연출된 무대와 같았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소문의 주인공, 김 대리였다.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섰다. 서강건설의 살아있는 권력, 이사 강지혁이 직접 호출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무슨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 여자...’


지혁은 김 대리를 위아래로 훑었다. 단정한 오피스룩, 흐트러짐 없는 머리, 업무 외에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이성적이고, 차분하고, 예측 가능하다. 그와 정반대에 있는 성유나와는 180도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다. 소문을 만들어낸 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과 이런 여자를 엮은 건지, 잠시 어이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앉지."


지혁이 턱짓으로 맞은편 소파를 가리켰다. 김 대리는 거의 로봇처럼 움직여 소파 끝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았다.


"저... 이사님, 무슨 일로..."


"차 한잔하지."


지혁은 김 대리의 말을 끊고, 직접 찻잔에 차를 따랐다.

달그락-

찻잔과 받침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에 울렸다. 평소의 그라면 비서에게 시켰을 일이다. 그의 이례적인 행동에 김 대리의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찻잔을 들고 김 대리 앞의 테이블에 직접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 소파에, 그러나 충분한 거리를 둔 채 아무렇지 않게 앉았다. 그의 모든 행동은 의도적으로 느리고 우아했다. 마치 문밖의 누군가에게 전시라도 하는 것처럼.


"지난번 제출했던 분기 실적 보고서 말인데."


"... 네?"


"데이터 분석이 아주 깔끔하더군. 군더더기 없고."


이건 진심이었다. 김 대리의 업무 능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칭찬에 익숙지 않은 김 대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과찬이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다음 프로젝트 관련해서, 재무팀 쪽 데이터는 김 대리가 직접 총괄하도록 해."


"네? 제가요?"


"내 지시야."


그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향긋한 차 향이 입안에 퍼졌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닫힌 문 너머에 쏠려 있었다. 성유나는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보고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까, 아니면 이 상황을 비웃고 있을까.

순간, 지혁의 머릿속에 장난기 어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몸을 살짝 김 대리 쪽으로 기울였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그녀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김 대리, "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마치 은밀한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뉘앙스였다.


"요즘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고 하던데. 들었나?"


김 대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전 전혀... 금시초문입니다!"


"그래?"


지혁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는 손을 뻗어, 김 대리의 어깨에 내려앉은 아주 작은 실오라기를 떼어냈다. 그 짧은 순간, 두 사람의 거리는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김 대리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이 사실의 문은 방음이 완벽하지만, 유리벽의 블라인드는 완전히 닫혀있지 않았다. 누군가 악의를 품고 훔쳐본다면,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그림이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어차피 벌레들이 떠드는 소리일 뿐이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실오라기를 털어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차 마셔. 식겠다."


그는 다시 완벽한 상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업무 이야기를 몇 마디 더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성유나, 넌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지?’


네가 시작한 이 같잖은 연극의 관객은 너 하나뿐이다. 그러니 똑똑히 봐. 네가 부추긴 그 소문이, 나를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남자로 만드는지를. 그리고... 내가 얼마나 기꺼이 그 우스운 배역을 맡아줄 수 있는지를.

이 모든 상황이, 너의 그 망할 놈의 박수 소리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걸 잊지 마라.

서강건설 본사 27층, 이사실. 강지혁은 김 대리와 차를 마시며 '우연한 목격'을 위한 연기를 펼치는 도중, 문 밖 복도에는 소문 확산에 열심인 '하이에나' 사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강지혁은 방금 전 김 대리의 어깨에서 실오라기를 떼어내며 의도적으로 거리를 좁혔던 순간, 그리고 그녀에게 다정함이 섞인 (그러나 실은 기만적인) 눈빛을 보냈던 찰나, 자신의 이마 근육이 묘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얼굴 근육 하나까지도 통제하려는 사람이었다. 그의 감각은 정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성유나, 넌 이 장면을 목격해야만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찻잔을 들어 김 대리에게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김 대리가 얼떨떨한 얼굴로 찻잔을 받아 들자, 강지혁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손등에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한 간격으로 잡았다. 그의 눈은 김 대리의 눈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의 의식은 이미 유리벽 너머의 복도에 닿아 있었다.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아니, 그의 연극은 완벽하게 흥행 중이었다. 희미하게 열린 유리벽 블라인드 틈새로, 복도에 모여든 하이에나 무리들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희귀한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들처럼 잔뜩 흥분해서 서로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키득거렸다.

‘흥. 역시 볼 줄 아는군. 내가 이 정도까지 해 주는데, 성유나 넌 지금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지? 분노? 질투? 아니면 그 어이없는 박수 소리가 이젠 후회로 바뀌었나?’

강지혁의 입꼬리가 자만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려다, 문득 한 곳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하이에나 무리 한가운데, 마치 최상석에 앉은 관객처럼 앉아있는 성유나가 있었다.

성유나는 사원들에게 붙잡힌 채 강제로 ‘이사님과 김 대리님의 밀회’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강지혁의 눈은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성유나의 표정에,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분노도, 질투도, 후회도 아니었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의 그것과 같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흥미진진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턱을 괸 채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아주 희미하지만... 아련한 눈빛마저 담고 있는 듯했다!

강지혁의 뇌 속에서 수많은 회로가 스파크를 튀기며 엉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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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의 속마음 - 초당 1만 번의 에러 메시지 재발생 중]

1.  입력값 재분석: [성유나], [김 대리], [나], [연애설], [드라마 시청 중인 성유나]
    *   *오류: '성유나'가 '나와 김 대리'를 보며 '대유잼 드라마'처럼 시청 중. 논리적 연결 불가. 대체 어디서 그런 감상에 젖을 수가 있지? 미쳤나?

2.  감정 반응 시뮬레이션 - 덮어 씌움:
    *   당혹감 (Max):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이 연극의 주인공은 분명히 여야 하는데, 왜 저 여자는 완벽한 관객 모드에 돌입해 있지?
    *   분노 (Max): 내가 연극을 하랬지, 네놈을 관객으로 초청한 기억은 없다. 게다가 저 박수까지 치던 손으로, 지금 저걸 드라마 보듯 보고 있다? 감히?
    *   굴욕감 (NEW):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저 아련함은 대체 뭐지? 마치 저 우습지도 않은 소문이... '순정 만화의 한 장면 같다'는 식의 평가라도 내리고 있는 건가? 나 강지혁이 저따위 드라마의 배경이 될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3.  행동 프로토콜 재설정 - 치명적 오류 발생:
    *   기존 목표: 성유나에게 질투 유발 및 소유욕 각성.
    *   현재 목표: 저 드라마를 시청 중인 성유나를 당장 복도에서 끌어내 이 세상의 모든 드라마 시청을 금지시킨다. 그리고 이 상황의 진정한 주연이 누구인지 똑똑히 주지 시킨다.
    *   문제점: 지금 김 대리를 옆에 두고 강제로 연기를 하고 있는 상태임. 성유나에게 바로 달려 나갈 경우, 방금까지의 연기는 모두 허구가 되어버림. 하지만 그녀의 저 한심한 표정을 더는 참고 있을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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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의 얼굴에 간신히 붙여두었던 미소의 접착제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김 대리와 대화하는 척했지만, 그의 눈은 복도에 있는 성유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맹렬히 좇고 있었다. 김 대리가 업무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강지혁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성유나는 하이에나 사원들과 팔짱까지 낀 채, 아까부터 '어휴,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듯한 탄성을 흘리는 것이 역력했다. 심지어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는 듯한 제스처까지 취했다. 강지혁은 저 입술의 움직임이 '둘이 참 잘 어울린다' 따위의 말을 내뱉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잘 어울린다고? 이 내가? 저런 밋밋한 여자와? 감히 내 허락도 없이 그런 말도 안 되는 평가를 내리고, 심지어 고개를 끄덕여?’

점점 더 커지는 분노와 당혹감에, 강지혁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의 얼굴은 지금 웃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닌 미묘한 경계에 걸쳐 있었다. 마치 내면의 슈퍼컴퓨터가 과열되어 블루스크린이 뜬 것만 같았다. 그는 찻잔을 든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 쨍그랑- 찻잔이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다.


"크흠."


강지혁은 마른기침으로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으려는 듯했다. 그는 굳게 닫혔던 입술을 떼, 옆에 앉은 김 대리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김 대리. 혹시... 방금 전 복도에서 난 소리 들었나?"


김 대리는 겁에 질려 어깨를 움츠렸다.


"네? 아니요, 이사님. 전..."


"그래."


강지혁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차는 이미 목구멍까지 뜨겁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의 눈은 다시 한번 성유나를 향했다. 그리고 그는 이마 근육을 필사적으로 누르며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밝고, 가식적인, 그리고 복도까지 들릴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로 김 대리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김 대리."


김 대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강지혁은 애써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려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지독히도 차갑게 빛났다. 마치 복도에 있는 성유나를 향해 섬뜩한 경고를 보내는 듯한, 광기 어린 미소였다.


"점심 먹고 나른할 텐데, 잠깐 바람 쐴 겸... 함께 외부에 나가서 일정을 좀 보자고 하지. 마침 할 이야기도 많았는데."


그의 입술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복도의 성유나를 꿰뚫어 보며 섬뜩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성유나. 내가 내준 보고서는 잘 쓰고 있지? 아니면 지금 저딴 연극 관람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건가? 아주... 대단한 배짱이로군. 네가 시작한 이 장난,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한번 기대해 봐야겠지.’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김 대리에게 먼저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는 지나치게 밝고 친근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팔을 내밀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등 뒤로, 복도에 모여있던 하이에나 무리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그때였다.


"이제 두 번째 사내 커플은 누가 될까~? 유나 씨 아냐?! 어제 야근할 때 이 주임이랑 같이 있었잖아! 단둘이 무슨 얘기 했어!"


그 말을 그가 들었다.

3편(마지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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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그 단어 하나가 그의 고막을 뚫고 들어가 뇌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자존심과 통제욕이 저장된 코어 메모리를 강타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성유나를 향한 분노와 굴욕감으로 들끓던 그의 감정은, 이제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차원의 경악과 혐오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그는 잠시 김 대리에게 팔을 내밀고 있던 자세 그대로 굳었다. 그의 얼굴에서 애써 만들었던 가식적인 미소가 순식간에 증발하고,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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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의 속마음 - 시스템 완전 마비, 재부팅 시도 중]

경고: 허용되지 않은 시나리오 [결혼(대상: 김 대리)]가 강제로 입력되었습니다. 시스템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감지됩니다.

1.  입력값 분석: [나], [김 대리], [연기], [결혼], [드라마], [영화], [오해], [수단]
    *   해석 불가: '연기'의 목적은 '성유나의 굴복'이다. '결혼(대상: 김 대리)'이라는 출력값은 어떤 경로로도 도출될 수 없는 치명적인 논리 오류다. 이딴 삼류 신파극 같은 전개를 감히 '나' 강지혁의 인생에 대입하려 하는 건가?

2.  감정 회로 과부하:
    *   경악 (90%): 말도 안 돼. 내가 왜? 저 여자와? 저 무미건조하고, 예측 가능하며, 내 오만함에 질려버린 얼굴을 하고 있는 저 여자와, 결혼을? 이건 악몽보다 더 끔찍하다.
    *   모욕감 (80%): 내 인생이 고작 그런 싸구려 드라마 클리셰 따위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그런 통속적인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으로 보이나? 내가? 이 강지혁이?
    *   공포 (NEW, 50%): 잠깐. 설마... 저 복도에서 드라마 보듯이 날 쳐다보던 성유나, 저 여자가 꾸민 짓인가? 저 여자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이딴 말도 안 되는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었던 건가? '오해로 시작된 둘의 관계가 과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같은 저질스러운 내레이션과 함께?
    *   혐오 (100%):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김 대리와의 결혼이라니. 아침마다 각 잡힌 보고서를 브리핑하고, 저녁에는 다음 분기 실적을 논하는 부부라니. 그건 삶이 아니라 연장 근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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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혁은 저도 모르게 김 대리에게 내밀었던 팔을 휙 거두어들였다. 마치 불에 덴 듯한 반응이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김 대리가 "이, 이사님?" 하며 당황했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치 김 대리와의 결혼반지가 채워져 있는 듯한 환각이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그는 아무 말 없이, 차갑고 공허한 눈으로 복도에 서 있는 성유나를 쏘아봤다. 이제 그녀가 드라마를 보는 관객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 모든 끔찍한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연출하고, 관람하며 혼자 즐거워하는 악마 같은 작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성유나... 네 머릿속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네가 원하는 게 고작 이런 유치 찬란한 삼류 드라마였나? 나를 이런 식으로... 이런 우스꽝스러운 배역으로 밀어 넣고 즐거워하는 게 네 복수인가?’


그의 입술이 경멸감으로 비틀렸다. 그는 김 대리를 돌아보지도 않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 대리. 외부 일정은 없던 걸로 하지."


"... 네?"


"그리고, 다시는 내 사적인 호출에 응하지 않도록. 이건 명령이다."


그는 더 이상 어떤 연기도 할 수 없었다. '결혼'이라는 단어 하나가 그의 모든 계획과 연기혼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는 성큼성큼 자신의 사무실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기 직전, 복도에 있는 모두에게, 특히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성유나에게 들으라는 듯 나지막이, 그러나 칼날처럼 날카롭게 읊조렸다.


"내 인생에 대본을 쓰려는 자는 누구든, 그 결말을 보지 못하게 될 테니."


쾅!

문이 닫혔다. 혼자 남은 사무실 안에서, 강지혁은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미친... 드라마 같은 소리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