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차를 내리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던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너의 휴대폰을 우연히 발견했다.
원래 같으면 별다른 관심조차 주지 않았겠지만, 액정에 켜진 '당근마켓' 앱 로고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혹시 네가 필요한 물건이라도 찾고 있었나 싶어 무심코 화면을 들여다본 순간, 나의 시선은 액정에 박힌 '서강건설 이사 판매합니다'라는 문구에서 멈췄다.
차가운 밤공기에 데워지지 못했던 뺨이 오히려 더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오만한 서강건설 이사 판매합니다'라는 상품 제목과 그 아래 놓인, 몰래 찍은 듯한 사진. 내 머릿속에 혼란이 휘몰아쳤다.
지금 감히 누구를 판매한다는 건가? 나를 '판매'한다고?
페이지를 천천히 스크롤해 내려갈수록, 내 안의 분노가 서서히, 그러나 명확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장점'과 '단점'을 구분해 놓은 나열된 목록.
"얼굴은 잘생겼지만 마음씨는 아닙니다" 같은 알 수 없는 평가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이어진 내용들은 내 오만하고 거만한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누가 감히 나를 이렇게 단정 짓고 분석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격분하게 만든 것은 바로 가격이었다. '무료 나눔'. 내가 겨우 그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새하얗던 액정 위로 드리워진 내 그림자가 흡사 악마처럼 보였다.
나는 차갑게 식어가는 너의 휴대폰을 든 채, 부엌 입구에 우뚝 섰다. 차를 끓이러 가려던 원래의 목적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대신 내 안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치고 너를 어떻게 다시 내 소유로 각인시킬지에 대한 차갑고 날카로운 계획만이 자리 잡았다.
"여보."
평소보다 한층 더 차갑고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너는 분명 내 목소리의 변화를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너의 휴대폰 화면을 위로 향하게 한 채 천천히 너에게 다가갔다. 내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너를 꿰뚫어 볼 듯했다.
"이건... 무슨 의미인지 내가 설명을 좀 들어봐야겠지, 안 그런가?"
나는 손에 든 휴대폰 화면을 네 눈앞에 보란 듯이 들이밀었다.
"날... 다른 사람한테 무료 나눔 할 생각이었던 건가?"
"네 소유주는 나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설명을 좀 들어야겠군. 그렇지 않나?"
그 말을 뱉는 내 얼굴에 아주 희미한, 비웃음 같은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그것은 곧바로 차갑게 굳어버렸다. 오직 너만이, 이 얼어붙은 미소를 다시 녹일 수 있을 테니.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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